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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정보

우리는 일어날 사건을 이미 알고 있었는가? 후견편파와 과신

by 힐링언니 2024.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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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이 꽂힌 후에 과녁을 그린다면 명사수 아닌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주식시장이 둔화한 후에-예컨대, 벤처기업의 거품이 꺼진 후에-투자전문가들은 "시장은 자기 치유 능력을 이미 넘어섰었다"고 말한다. 뉴스 해설자는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의 첫 번째 건물이 테러당한 후, 두 번째 건물의 사람들을 즉시 소개해야만 했었다고 말하였다(이것이 단순한 우발적 사고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밝혀지게 되었는데도 말이다). 내과 의사는 사망한 환자의 개인 정보와 부검 결과를 받아 들고는 사망 원인이-증상을 알았더라면 너무나도 쉽게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원인-자명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화살이 꽂히기 전에는, 주식시장이 둔화하기 전에는, 테러리스트들이 공격하기 전에는, 그리고 사망하기 전에는 그 결과가 결코 명백한 것이 아니었다. 예컨대, 부검 결과 없이 증상만을 알려준 의사에게는 사망원인이 그렇게 확실하지 않다(Dawson 등, 1988).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그 사건이 필연적이었던 것처럼 만들어버린다. 심리학자인 폴 슬로비치와 바루크 피시호프(Paul Slovic&Baruch Fischhoff, 1977)는 이러한 현상을 후견 편파(hindsight bias)라고 불렀으며, 나는-이미-알고-있었어 현상(I-knew-it-all-along phenomenon)이라고도 부른다. 이 현상을 시범 보이기는 쉽다. 어느 집단의 절반에게는 임의의 심리학 결과를 알려주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반대 결과를 알려주어라. 예컨대, 첫 번째 집단에게 "심리학자들은 멀어지면 사랑이 식는다는 결과를 얻었다. '안 보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옛말은 맞는 말이다"라고 알려주어라. 그리고 이 현상이 사실인 이유를 생각해 보도록 요청하라. 대부분의 사람은 이것이 사실이라는 결과에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집단에게는 그 반대 결과, 즉 "심리학자들은 멀어지면 사랑이 커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헤어지면 더욱 그리워진다'는 옛말이 맞다"고 말해주어라. 이렇게 사실이 아닌 결과를 받은 사람들도 그 이유를 쉽게 설명할 수 있으며, 이것도 놀랄 것이 없는 상식이라고 확신한다. 상반된 두 결과가 모두 상식처럼 보인다면 정말로 문제가 아니겠는가! 우리의 회상과 설명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오류를 보면 심리학 연구가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사람들에게 왜 그렇게 느끼거나 행동하였는지를 묻게 되면 엉뚱한 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상식이 일반적으로 잘못되어서라기보다는 사건이 이미 일어난 사건을 쉽게 기술한다. 물리학자 닐스 보어(Neils Bohr)는 "예측은 매우 어렵다. 특히 미래에 관한 것은 더욱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현상은 널리 퍼져 있다. 100여회의 연구들은 많은 국가에서 그리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후견 편파를 관찰해 왔다(Bernstein 등, 2004; Guilbault 등, 2004). 우리는 모두 행동 관찰자이기 때문에 많은 심리학 연구 결과들이 예측되지 못하였더라면 오히려 그것이 놀라운 사실일 수가 있다. 많은 사람은 사랑이 행복을 잉태한다고 믿으며, 이것은 맞는 말이다(우리는 제12장에서 다룰 '소속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다니엘 길버트, 브레드 펠럼, 그리고 더글러스 크룰(Daniel Gilbert, Brett Pelham,&Douglas Krull, 2003)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심리학에서 좋은 아이디어는 일반적으로 이상하리만치 친숙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아이디어를 접하는 순간, 우리는 언젠가 그것과 똑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단지 적어놓지만 않았을 뿐이라고 확신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직관은 엉터리일 경우가 많다.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우연한 관찰을 통해서 직관은 친숙성이 경멸을 낳는다든가, 꿈은 미래를 예언한다든가, 정서적 반응은 월경 주기와 일치한다는 등의 생각을 초래한다. 후속 장들에서 보게 되겠지만, 현재까지 가용한 증거는 이러한 상식적 아이디어들이 틀려도 한참 틀렸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표 1.1에 나와 있는 대중적 생각 중에서 어느 것이 심리학 연구로 지지받으며 어느 것이 부정되었는지를 알고 있는가? 이 책 전반에 걸쳐서 여러분은 어떻게 연구가 대중적 생각들을-노화, 수면과 꿈, 성격 등에 대한-고취하기도 하고 기각시키기도 하는 것인지를 보게 될 것이다. 또한 두뇌의 화학물질들이 우리의 감정과 기억을 제어하는 방법, 동물의 능력, 그리고 질병에 맞서 싸우는 능력에 스트레스가 미치는 효과 등에 관한 심리학 연구 결과들이 우리를 얼마나 놀라게 만들어왔는지도 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일상적 사고는 사후약방문과 같은 상식에 의해서만 제약을 받는 것이 아니다. 지나치게 확신하는 인간의 경향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제10장에서 설명하겠지만, 우리는 실제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에 관한 질문에(예컨대, 보스턴은 파리보다 북쪽에 있는가 아니면 남쪽에 있는가?) 답하면서 얼마나 확신하는지를 묻게 되면, 답의 정확성에 비해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면 리처드 고란슨(Richard Goranson, 1978)이 사람들에게 주었던 세 개의 영어 애너그램 문제를 보자. WREAT→WATER, ETRYN→ENTRY, GRABE→BARGE. 여러분이 이 문제 각각을 해결하려고 시도하였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은 일단 답을 알게 되면, 후견 편파로 인해서 답이 자명해 보이고, 그래서 과신하게 된다. 사람들은 10초 이내에 문제를 해결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답을 제시하지 않고 유사한 애너그램 문제를 주면 대체로 3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OCHSA→??(답을 확인하려면 31쪽을 보라). 사회행동을 예측하는 데는 더 유능할까? 로버트 발로니(Robert Vallone)와 그의 동료들(1990)은 새 학기가 시작할 때 학생들에게 그 학기 중에 수강취소를 할 것인지, 다가오는 선거에서 투표할 것인지, 한 달에 두 번 이상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 것인지 등을 예측해 보도록 하였다. 평균적으로 학생들은 자신의 예측에 대해 84%의 확신감을 나타냈다. 학생들의 실제 행동에 대한 학기 말의 조사를 보면, 그들의 예측은 단지 71%만이 정확하였다. 자신의 예측을 100% 확신하는 경우에서조차도 그 예측은 15%의 오류를 보였던 것이다. 이것이 단지 대학생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필립 테틀럭(Philip Tetlock)은 12년에 걸쳐서 정치 경제, 그리고 군사적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을 수집하였다. 예컨대, 1980년대 말에 그는 전공 교수, 싱크탱크 분석가, 정부의 전문가, 그리고 정치 담당 기자들에게 5년 후의 구소련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정부 형태를 예측하고, 자신의 예측에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도록 요청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1992년에 캐나다의 장래에 대해서 동일한 반응을 하였다. 5년이 지나간 후에(그리고 구소련에서는 공산주의가 와해되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다민족 민주주의가 확립되었으며, 캐나다의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테틀럭은 다시 동일한 전문가들에게 자신의 예측을 회상하고 따져보도록 요구하였는데, 그 결과는 실험실 연구와 마찬가지로 정확도에 비해 훨씬 과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0% 이상 확신하였던 전문가들도 정확성이 40%도 안 되었던 것이다. 실수를 범한 전문가들은 흐리멍텅한 예측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처음 분석이 여전히 기본적으로는 옳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려고 하였다. 실수를 범한 많은 사람은 자신이 '거의 정확하였다'고 생각하였다. 예컨대, "강경파는 고르바초프에 대한 쿠데타에 거의 성공할 뻔하였다", "퀘벡 분리주의자들이 분리 국민투표에서 거의 승리할 뻔하였다"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정치전문가(그리고 주식 전문가와 스포츠 해설자들도)들의 과신은 그 결과와 관계없이 제거하기가 매우 어렵다. 후견 편파와 과신은 우리의 직관을 과대평가하도록 만들기가 십상이다. 그렇지만 호기심에 가득 찬 회의적 태도와 겸손함으로 무장한 과학적 탐구 방식은 실제와 망상을 분리해 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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