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치료의 투사기법에 대해 알아보자. 투사란 비춰짐 즉 투영이라는 의미가 있다. 연극치료에서 투사란 자기의 마음이 사물에 투영되어 비쳐진 표현을 말한다. 인간은 모든 사물에 자기의 마음을 투사하여 왔다. 시인은 날아가는 새에게도, 흘러가는 강물에도 자신의 감정을 담아 구슬피 우는 새, 자유로운 강물과 같은 표현을 하였다. 실제 새가 슬픈지, 강물이 자유로운지는 알 수 없다. 흐리고 비 내리고 마음이 슬픈 날에 새소리를 듣게 되면 그 소리가 구슬프게 될 것이고, 기분 좋고 상쾌하고 화창한 날에 새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가 노래처럼 들린다. 마찬가지로 드넓고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볼 때는 자유를 느낄 것이고, 비바람치고 태풍이 휘몰아쳐서 파도가 심할 때는 불안과 공포를 느낄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마음은 여러 사물에 자신의 마음을 비쳐서 표현한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투사는 원래 나의 것이나 그것이 마치 타인의 것처럼 느껴지는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날아가는 새를 보고 자유롭게 느끼는 것은 나의 마음이다. 그러나 새는 그저 있고 싶은 데 있을 뿐이다. 우리는 새에 대해서 투사라는 기제를 이용하여 마음껏 상상한다. 상상이란 있는 사물을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는 왜곡의 지점도 있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창조의 지점도 있다. 연극치료에서 투사는 심리적 방어기제로서 자기분석이라는 측면도 유효하지만 창조와 상상의 영역이기도 하다. 투사는 창조적으로 넓게 보면 일종의 마음 읽기다. 상대방의 마음을 자신의 생각이라는 여과를 거쳐서 읽어내는 능력이다. 그가 표현하는 것을 보고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마음 읽기를 할 수 없다면 공감 능력은 현저히 줄어든다. 왜냐면 내 마음을 전달해 줄 대상도 없고 상대방의 마음 또한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읽어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투사를 통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상상의 영역이 결여되어 있는 지극히 기계적인 만남일 것이다. 투사기법은 지극히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게 한다. 새를 보면서도, 강물을 보면서도 하루하루 달라지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만나게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현재로서 자신은 분명히 만날 수 있다. 지금 슬프면 새가 우는 것이고 지금 기쁘면 새가 노래하는 것이다. 지금 자유로우면 강물이 자유롭게 흐르는 것이고, 지금 불안하면 강물이 거센 파도로 덮치는 것이다. 투사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대면하는 것보다 대화와 소통에 있어서 안전함이 있다. -중략-투사는 반드시 대상이 있어야 한다. 자기를 투영하고 비춰져 보일 어떤 대상을 필요로 한다. 연극치료에서는 그 대상을 다양한 자원에서 찾는다. 내면과 연결된 극적으로 의미 있는 것을 살펴보면 가면, 인형, 꼭두인형, 대본, 스토리텔링, 사진, 비디오, 감정 카드, 역할 카드, 조명, 의상, 분장, 다양한 천 조각, 몽둥이, 이불, 폭신한 베개, 의자, 그림그리기, 악기 연주하기, 드럼 치기, 콜라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물론 여기에는 미술적인 부분, 음악적인 부분도 가미된다. 그것은 연극이 종합예술로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무대미술로서, 무대음악으로서, 무대 소품으로서, 무대조명으로서, 희곡으로서, 극적 양식을 구성하는 매체는 다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연극치료사는 내담자가 다양한 사물에게 투사하는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한층 더 깊게 내담자를 이해하게 되고 내담자 역시 극적 상황 속에 투사된 사물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함으로써 안전함 속에 내적 갈등을 표출할 수 있게 한다. 연극치료의 역할기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역할이란 자신의 자신됨을 말한다. 자신의 인격체 안에 있는 다양한 모습 중의 한 부분이다. 물론 원형적인 역할의 의미는 고정불변한 인성의 기본단위이다. 그러므로 역할은 고정불변한 것이지만 그 고정불변한 역할의 가짓수는 여러 개이므로 취득하고 소멸할 수 있다. 역할은 기능(function)의 영역에서 사회적으로 확인된다. 사회인으로서 기대되는 역할을 수행하고 수행하지 못하고는 역할의 고유한 기능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격투기 선수가 있다고 치자. 그 사람의 역할 특성은 공격적이고 용맹하며 능동적일 것이다. 그런데 격투기 선수가 싸우지 못하고 고립되어 혼자 방 안에서 컴퓨터게임이나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기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모든 역할 특성은 기대되어지는 기능이 있다. 역할 특성을 해바라기 씨앗 같은 것이다. 역할기능은 그 씨앗이 싹이 터서 꽃을 피우는 것이다. 사람들은 역할체계 안에서 다양한 역할의 가짓수를 가지고 있으며, 그 역할들은 저마다의 특성이 있고, 그 특성에 따라 기능한다. 그래서 연극치료의 일반적인 목표가 역할 레퍼토리의 확장과 개별역할의 충실화에 있는 것이다. 우선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할의 가짓수가 몇 개나 되는지 살펴보고, 그 안에 좀 더 충실하게 성장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또한 확장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보탠다면 필요 없거나 없애도 될 역할까지 살펴보는 것이다. -중략- 1~2단계는 세션의 구조에서 준비 단계(Warm up)에서 이루어진다. 내담자는 역할을 선택하고 이름을 붙여 독립된 정체성을 부여한다. 이름을 붙이면 가상의 역할에 현실성이 더해진다. 3~4단계는 세션의 구조에서 행위화 단계(Action)에 해당한다. 내담자는 선택한 역할을 이용하여 그 역이 가지는 특질과 기능과 양식을 탐구하고 대안적 특질과 하위유형을 탐색하기도 한다. 모든 자녀가 같은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는다. 모범적인 자녀에게도 부모에 대한 분노가 있을 수 있고 저항적인 자녀에게도 부모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을 수 있다. 5~7단계는 세션의 구조에서 종결 단계(Closing)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 내담자들은 먼저 허구의 관점에서 역할연행을 되돌아본다. 그런 다음에 가상의 역할연행이 어떻게 현실과 연결되는지를 검토하여 모순되는 역할을 통합하고 균형을 찾는다. 8단계는 내담자가 역할 체계를 변형하는 방법을 찾고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역할 모델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은 세션 도중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훈습 과정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랜디는 역할을 이용하여 작업할 때는 역할, 반대 역할, 안내자의 구조를 활용한다. 자기라고 생각되는 익숙한 생활양식이 역할이다. 일상적이고 편리하며 자기 정체성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자기라고 생각되지 않는 불편한 생활양식이 반대 역할이다. 비일상적이며 불편하며 자기 정체성과는 관계가 없는 것을 말한다. 역할과 반대 역할을 이어주고 통합하는 것이 안내자이다. 안내자는 사람은 선과 악, 가해자와 피해자, 강자와 약자 등의 모순된 역할이 한 인격체 안에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3가지 역할을 연기할 때 한 사람이 돌아가며 다 경험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필요한 경우에 다른 참여자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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