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느 날 좋은 기회에 아들러 이론과 관련한 특강을 들은 이후,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배운 내용과는 다른 이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고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물론, 한국 아들러 협회 회장이신 박예진 교수님의 강의였기 때문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특히, 초기 기억에 대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좋았던 점 하나는, 연극치료와의 시너지다. 초기 기억을 찾고 표현하고 해석하는 과정들에서 연극치료의 기본 기제와 유사한 점이 많아 접목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담자가 되어 세 가지의 초기 기억을 찾아보았는데 정말 기억 저편에서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다음으로 좋았던 점은 '현재'에 초점이 있다는 점이다. 기본이 되는 심리학 이론에서는 '과거의 어떤 일 때문에 지금의 이런 내가 되었다'의 느낌이라면, 이 아들러 이론에서는 '현재의 내가 과거의 기억을 선택한다'의 느낌이기 때문에 현재의 나에게 훨씬 더 많은 선택권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과거의 기억은 내가 바꿀 수 없기에 무기력해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에서 사실보다는 해석의 힘이 강하기에 현재 내가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나의 생각이나 상태를 조금이나마 바꿀 수 있다면 해석의 방향성을 전환해 얼마든지 더욱 편안한 상태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올해 초, 박예진 교수님의 새로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게 되었다. 우연히도 그 시점에 본의 아니게 친한 지인에게 뒤통수를 맞아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겨 힘든 참이었다. 이 책 덕분에 그 고비를 잘 넘어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 대한 이해, 그에 대한 이해. '나는 타인에게 괜한 이런 기대를 갖고 있었구나', '그는 불건강한 관계 패턴을 갖고 있구나'와 같은 생각의 전환을 통해 현재 해석의 방향성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중 가장 나누고 싶은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기록해 본다.
그 사람의 감각이 그 사람의 세상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감각 기관이나 기관 계통으로 세상을 경험하는지 알아야 한다. 감각 기관에서 얻은 그의 모든 관계는 유년기의 세계상 형성과 그 이후의 발달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중략- 감각이 감정이 되고 경험이 되고 내가 된다. -중략- 실제 인간에게는 고유하게 발달한 특정 감각이 있습니다. 그 감각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합니다. 우리는 맞닥뜨리게 된 상황을 인지적, 정서적인 영역 외에도 감각을 통해서 받아들이기도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화재 사건을 경험한 A 씨와 B 씨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시각이 발달한 A 씨는 화재 상황을 '붉은색 화마가 덮쳤으며 잿더미와 연기가 아득했다'고 표현합니다. 반면 후각이 발달한 B 씨는 '탄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기절하기 직전이었다'고 표현합니다. 사람들은 각각 자기에게 발달한 감각으로 마음의 안정을 얻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각과 관련된 기능이 발달해 이를 활용한 직업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A 씨같이 시각이 발달한 경우는 평화로운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그림으로부터 마음의 안정을 얻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색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화가나 패턴 디자이너를 직업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B 씨와 같이 후각이 발달한 사람들은 아로마 요법으로 기분을 정화하는 것을 즐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각이 예민해야 하는 요리사를 직업으로 삼았을 수도 있을 테지요. 이처럼 오감인 청각, 촉각, 후각, 시각, 미각의 발달 정도가 우리 삶의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략- 이처럼 우리 신체의 모든 감각은 자기 삶과 연관돼 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만 아니라 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기억과 기분을 바꾸는 감각 활용법. 부정적인 경험이나 기억이 감각을 발달시켰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달한 감각은 현재 나에게 긍정적으로 쓸모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의 감각이 부정적인 원인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다면, 감각이 긍정적으로 느끼는 경험을 자주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부정적인 기억의 감각은 체계적으로 둔감하게 변하며, 긍정적인 감각의 경험으로 조율이 됩니다. 시각적 감각이 강하게 발달한 사람의 경우에는 디자인이 화려한 옷을 입거나 자연 등의 색채를 자주 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들은 기분이 좋고 나쁨이 색 또는 시각적 요소로 인해 좌우됩니다. 이런 경우 좋아하는 시각적 이미지를 평소에도 몸에 지니면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몸에 지닌다'는 의미는 나의 긴장 상태를 스스로 조율할 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일상에서 시각적 감각을 활용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아마 이미 그들은 일상에서 많은 색깔과 시각적 요소를 활용하고 있을 겁니다. 청각에 민감한 사람의 경우,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소리를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물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화, 씻어 내림의 의미로 받아들여서라고 합니다. 이런 경우는 물소리를 휴대전화에 녹음해서 늘 들을 것을 권장합니다. 즉 물소리를 통해 씻어 내림을 경험하는 것이죠. 본인에게 안정감과 평화로움을 주는 물소리를 평소 내 몸에 지니는 것입니다. 후각적 감각이 강하게 발달한 사람의 경우는 불쾌한 냄새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기가 쉽습니다. 유독 가스, 썩은 음식 등 통상 우리 몸에 해를 입히는 독성 물질은 후각으로 지각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향수같이 좋은 냄새를 활용해 봅니다. 향기로 기분을 고양하고 안정감을 갖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곧 내가 지각한 것이다. 우리가 지각하고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에 달려 있다." 미국 임상 심리학자 닐 클락 워런이 남긴 말입니다. 모든 감각은 우리 삶의 긍정적인 자원이며, 기능들이 발달하면 강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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