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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정보

치료 장면에서 정서 도식을 활성화시키기

by 힐링언니 2024.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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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장면에서 정서 도식을 어떻게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치료자는 안전하고 공감적인 치료적 환경을 통해 정서 도식을 활성화한다. 공감적 조율 외에도 치료자는 내담자가 자기 경험 세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적절한 시점에 적당한 자극이나 강화를 활용하여 각성을 증가시키고 도식이 활성화되도록 점화하기도 한다. 이런 정서적 작업을 우리는 과정 지향적 경험적 접근(process-oriented experiential approach, Greenberg et al., 1993)이라고 부른다. 과정 지향적 접근은 내담자가 현재 만들어 내는 순간순간의 정서적 과정에 기반하고 있다. 이때 치료자의 핵심적인 역할은 매 순간 나타나는 정서적 과정의 어느 측면에 초점을 맞출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안내자로서 치료자는 여러 가지 요인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그중에서도 현재 내담자에게 나타나는 경험들이 보여 주거나 품고 있는 정서적 생동감(emotional aliveness)이 가장 중요하다. 정서가 생생하고 강렬하게 나타나는 마음 상태야말로 내담자의 안녕감과 가장 관련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정서 도식은 상황과 관련된 중간 수준의 모형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정서 도식은 정체감이나 삶의 각본, 관계 주제처럼 큰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행위나 사고처럼 작은 것도 아니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경험할 때는 그 경험을 자각하여 상징화하거나 혹은 상징화하지 못한 채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짧은 시간대의 흐름이 존재한다. 이 짧은 순간이 세계 내 존재를 구성하는 우리의 기본적인 행위인 경험에 주의를 집중하고 상징화할 수 있는 바로 그 시간이다. 우리는 지금 이 시간에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 외에도 기억 속에 있는 구체적 경험들을 각기 다른 작은 시간대의 묶음으로 분할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포착했던' 짧은 순간부터 '그가 우는 동안 그를 안고 있던' 경험이나 '어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눈' 삽화적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물을 작은 단위로 분할하여 경험하는 경향이 있다. 치료 장면에서는 이런 삽화적 경험을 묶음으로 다루어야 한다(Korman&Greenberg, 1996). 과정 지향적 경험적 접근에 따르면, 경험을 결정짓는 것은 핵심 갈등, 역할 관계 주제, 혹은 핵심 신념이 아니라 타인과의 상호교류 속에서 경험하는 것이 매 순간 활성화되면서 통합되어 가는 도식이다. 그러므로 치료의 초점은 기억된 과거나 현재에 나타나는, 변화하면서 흘러가는 경험된 의미와 상호작용에 맞추어져야 한다. 치료는 치료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리고 자기 발생적인 내적 과정에 의해 끊임없이 활성화되는 도식의 처리 과정이다. 치료자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도식들이 출현하고, 이러한 도식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재 속에서 활성화된다. 도식은 치료자의 목소리에 울리는 운율과 속도, 얼굴 표정, 말하는 방법처럼 비언어적이며 정서적인 단서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치료자는 핵심적인 정서 도식이 활성화되는 중요한 순간이나 사건들을 매번 마주치면서 이런 활성화된 상태를 적절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Greenberg et al., 1993).  '정동(affect)', '정서(emotion)' 및 '기분(feeling)'의 개념에 대한 학문적 역사를 살펴보면 명확하게 구분된 정의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Hilman, 1960; Jaspers, 1963; James, 1890, 1950; Freud, 1915, 1963). 이자드(Izard, 1979)는 정서를 정동적 과정과 지적 과정의 조합으로 본 반면, 기분은 의미와 근거에 의해 강렬해지고 풍부해지며 회고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정서적 상태를 반영한다고 보았다. 이런 명료한 학문적 구분이 있지만 여기서는 정동, 정서 및 기분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는 것이 유용할 것 같다. [정동] : 정동을 자극에 대한 무의식적이고 생리적인 반응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진화 과정을 통해 적응적인 행동 반응 체계로 발전해 온 자동적이고 생리적이며 동기적이고 신경학적인 과정들이 포함된다. 정동에는 반영적 평가가 포함되지 않는다. 정동은 단지 일어날 뿐이다. 반면, 정서와 기분은 이런 무의식적인 정동과정이 의식화된 산물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기분] : 기분에는 정동에 대한 생리적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 포함된다. 여기에는 '몸이 어질어질한' 것이나 '긴장되는 느낌' 같이 몸이 느끼는 경험들이 포함된다. 이보다 더 복잡한 몸에서 느껴지는 느낌에는 우리가 복합적인 기분 혹은 감정이라고 부르는 것들, 즉 어떤 일이 올바르게 되지 않았거나 배려받지 못했을 때 느끼는 모욕감이나 '가라앉은' 느낌처럼 의미가 느껴지는 감정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이런 기분 상태는 정동을 자기 자신과 연결시킨다. [정서] : 의식적으로 경험된 인간의 정서는 기분 상태 및 행위 경향성이 이를 촉발한 상황 및 자기와 결합될 때 생겨나는 경험이다. 따라서 정서는 여러 가지 수준의 처리 과정이 통합된 것이다(Greenberg&Safran, 1987). 여기에는 각기 고유한 행위 경향성이나 얼굴 표정을 수반하는 두려움, 분노, 슬픔과 같이 구체적인 정서 경험도 있으며 보다 복잡한 이야기나 각본을 수반하는 질투나 자부심 같은 복합적인 정서도 있다. 정서는 경험에 개인적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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