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발달 과정이나 치료 장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핵심적인 측면 중의 하나는 바로 정서적 경험과 정서를 기존의 경험 구조 안에 통합하는 것이다. 치료 장면에서 정동을 기존의 자기 조직(self-organization) 속에 통합하는 과정에는 신체가 느끼는 정서적 경험을 분별하고, 상징화하며, 소유하고, 명확히 표현하는 것, 정서를 허락하고 수용하는 것, 정서를 신호체계로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리고 동일한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경험하는 각기 다른 혹은 모순되는 정서를 통합하는 것들이 포함된다. 이런 과정은 종종 다른 사람의 공감적 조율에 의해 촉진된다. 그리고 정서 경험을 기존의 개인 구조 속에 통합함으로써 보다 더 강한 통합된 자기감(sense of self)이 발전하게 된다. 정서는 상황에 대한 자신의 반응에 대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정서, 보다 정확하게 말해 정서의 구성요소-의식이나 자각 밖에 있을 수도 있는-가 의식으로 불려 올려지면서 우리 자신의 욕구, 욕망, 목표 그리고 관심사를 우리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명확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삶을 일구어 나가는 방식에 대해 정서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끔은 합리적인 방식이 고통스러운 정서를 치유하는 데 유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서적 문제를 치유하는 길은 오직 정서와 그 의미에 접근하는 것이다. 이성은 열정을 지배한 적이 없다. 도덕적인 명령이나 합리적인 논쟁은 오직 정서적일 때만 정서 조절에 성공한다. 앞서 언급한 높은 수준의 정서 도식이 개인적 의미를 낳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새로운 의미를 낳고 탄생시키기 위해 접근하고 변화시켜야 할 것은 바로 암묵적이고 보이지 않는 정서 도식이다. 하지만 단순히 정서를 표출한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정서적 경험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읽어야 하며, 행위를 구성하고 인도하는 지침으로 이렇게 읽은 메시지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치료 장면에서 보면 그 자체가 치료적으로 보이는 정서들도 있다. 예를 들어, 원초적이며 일차적인 인간의 정서 반응은 새로운 목표 위계(우선권)를 설정하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차적 정서는 적응적 행위를 조직화하는 강력한 능력을 발휘한다. 따라서 치료자가 내담자로 하여금 일차적인 경험들-슬픔, 분노 혹은 즐거움-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를 상징화하도록 인도하면, 그 다음에는 상징화된 정서들을 따라 내담자 자신의 중요한 욕구와 목표, 관심사에 접근할 수 있게 되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지게 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한 내담자가 분노와 지배 충동의 기저에 상처가 숨어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내담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편안함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추구하기 시작하였다. 공황발작으로 고통받던 한 내담자는 공황발작의 이면에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잠재해 있다는 것을 인식하였고,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마찬가지로 어떤 여성이 창피당하거나 모욕당한 것에 대한 분노를 자각한다면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서는 이렇게 인간으로 하여금 행위를 조직화하고 새로운 적응 구조를 건설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때로는 정서가 오래되고 낡은, 정체된 구조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낡고 비 적응적인 구조를 재구성하기 위해 외상적인 기억을 활성화해야 할 필요도 있다. 수치심에 뒤따르는 분노나 친밀감에 뒤따르는 두려움처럼 오래되고 굳어진 정서적 습관이 있을 때 이를 재구성하려면 치료 장면에서 예전의 정서적 습관을 다시 활성화해야 하는 것이다. 수치심이나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내담자에게는 부적응적 정서를 상징화해야 한다. 내담자는 느낌이나 정서를 상징화하면서 감정에 압도당하거나 행동화하지 않도록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이를 통해 연약한 자기를 점차적으로 진정시키는 법을 배워 나가게 된다. 또한 치료에는 적응적인 정서 조절 전략을 배우는 것이 포함된다. 이는 건강한 아동이 발달 순서를 밟아나가는 것과 유사하다. 내담자는 치료자와 감정을 교류하고 자기 공감 능력을 발전시키며, 이를 내재화하면서 정서를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느낌을 이야기하고, 이를 상징화하고 수용하며, 자각하는 능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치료자는 감정을 반영하면서, 내담자로 하여금 공감적이고 대처 능력이 풍부한 자기의 일부를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면 내담자 스스로 취약하고 고통받는 자기의 일부를 조절하고 진정시킬 수 있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치료 장면에서 정서를 다룬다는 것은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서 조절의 발달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내담자의 정서와 그 경험의 의미 간에 공감적 조율을 유지하는 것은 내담자가 정서적 경험을 자각하고 조절하도록 돕는 핵심적인 과제다. 치료자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서 도식을 다룬다. 어떤 치료자는 현재 경험을 인식하고 확인한 후에 적응적인 부분을 강화하고 성장을 촉진하고자 한다. 또 어떤 치료자는 외상적이거나 부적응적인 정서들을 언어로 상징화하도록 한 후에 이를 수용하고 동화하도록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고통스러운 정서적 경험들을 재처리하기 위해 훈습 과정(working through)과 정서적 완결(emotional completion)을 촉진할 수도 있다. 아니면 나쁜 감정(bad feeling)을 일으키는 부적응적 도식을 재구조화함으로써 새로운 자기 경험과 개인적 의미를 창출하고자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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