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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정보

망막과 색채항등성

by 힐링언니 2024.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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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에너지가 눈으로 들어오는 과정을 추적해 보면, 우선 망막 표면에 있는 세포층을 통과하여 맨 뒤쪽에 있는 수용기 세포, 즉 간상체(rod)와 원추체(cone)에 도달한다(그림 5.9). 간상체와 원추체에 도달한 빛 에너지는 신경신호를 생성하는 화학적 변화를 초래한다. 이 신호는 이웃한 양극 세포(bipolar cell)를 활동시키며, 양극 세포는 다시 이웃한 신경절세포(ganglion cell)를 활동시킨다. 신경절세포의 축색들은 밧줄의 가닥들처럼 수렴하여 대뇌로 정보를 전달하는 시신경(optic nerve)을 형성한다. 시신경은 거의 백만 개의 축색을 통해서 한 번에 거의 백만 개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시신경이 눈을 떠나는 영역은 수용기 세포가 없는 맹점(blind spot)이 된다(그림 5.10). 간상체와 원추체는 분포가 다르며 역할도 다르다. 원추체는 중심와(fovea), 즉 망막의 중앙영역에 몰려있다(그림 5.7 참조). 실제로 중심와에는 오직 원추체만 존재한다. 많은 원추체는 두뇌로 가는 자신만의 핫라인을 가지고 있다. 양극 세포가 원추체의 개별 메시지를 시각피질로 전달하는 데 도움을 주며, 시각피질은 중심와에서 오는 입력을 처리하는 데 많은 영역을 할애한다. 이렇게 직접적인 연결은 원추체의 정확한 정보를 유지함으로써 미세한 세부 사항을 탐지할 수 있게 해 준다. 간상체는 그러한 핫라인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간상체들은 양극 세포를 공유함으로써 메시지가 결합하여 버린다. 세부 사항에 대한 민감도에서의 차이를 예시해 보려면, 이 문장에서 한 단어를 선택하여 중심와에 상이 맺히도록 응시해 보라. 좌우로 몇 센티미터 떨어진 단어들이 흐릿하게 보이는 것을 확인하였는가? 그 단어들은 망막의 주변 영역에 상을 맺게 되는데, 주변 영역은 간상체가 다수를 이루기 때문이다(표 5.1). 원추체는 색깔을 지각할 수도 있게 해 준다. 그렇지만 희미한 불빛에서는 원추체가 작동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것이 어두울 때 색깔을 지각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어두워지면 흑백 시각을 담당하는 간상체가 주도하게 된다. 간상체는 약한 빛에서도 민감도를 유지하며, 여러 개의 간상체가 약한 출력들을 하나의 양극 세포에 수렴적으로 전달한다. 따라서 원추체와 간상체는 각기 특수한 민감도를 제공한다. 원추체는 세부 사항과 색깔에 그리고 간상체는 희미한 불빛에 민감하다. 어두운 극장에 들어서거나 밤에 전등을 끄면, 동공이 확대되어 더 많은 빛이 망막 주변에 있는 간상체에 도달할 수 있게 해 준다. 20분 정도 한쪽 눈을 감거나 가리면 암순응을 시범 보일 수 있다. 그런 다음 계속해서 뜨고 있던 눈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방의 조도를 낮춘다. 이제 암순응된 눈을 뜨고 책을 읽어보라. 암순응이 일어나는 시간은 우리의 감각 시스템의 놀랄 만한 유연성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예이다. 암순응 시간은 석양에서 어둠을 바뀌는 평균 시간과 일치한다. 눈에 대해서 이만큼 알았으니, 고양이가 우리보다 밤에 더 잘 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색채 경험은 삼원색 원추체들이 받아들이고 대립 과정 세포들을 통해서 전달되는 파장 정보 이상의 것의 영향을 받는다. 색채 시각에는 주변 맥락도 중요하다. 토마토의 한 부분을 볼 때, 조명이 변하면 토마토의 색깔도 변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렇지만 신선한 과일 바구니에 들어있는 토마토 전체를 볼 때는 조명이나 파장이 변하더라도 그 색이 대체로 일정하게 보이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색채항등성(color constancy)이라고 부른다. 도로시 제임슨(Dorothea Jameson, 1985)은 실내조명 아래서 파란색 카드는 햇빛 아래서 황금색 카드가 반사하는 파장과 대응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렇지만 파란색의 블루버드를 실내로 가져온다고 해서 황금색의 방울새로 보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갈색 나뭇가지에 매달린 녹색 잎을 조명이 변할 때 갈색 나뭇가지에서 나오는 것과 동일한 빛 에너지를 반사한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나뭇잎은 계속해서 녹색으로, 가지는 갈색으로 보인다. 스키장에서 노란색 스키안경을 끼게 되면, 순식간에 눈은 전과 마찬가지로 흰색으로 보이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색채항등성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지만 이 현상은 정말로 대단한 것이다. 우리의 색채 경험은 단지 사물에서만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 주변의 모든 것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두뇌가 사물에서 반사되는 빛을 주변 자극으로부터의 빛과 관련시켜 계산해 주는 덕분에 색채를 보게 된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불빛을 경험하면서 성장할 때만 그런 것으로 보인다. 제한된 파장 영역만 경험하고 성장한 원숭이는 조명이 바뀔 때 동일한 색채를 지각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Sugita, 2004). 변화가 없는 맥락에서는 색채항등성을 유지한다. 그런데 맥락이 변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두뇌는 대상의 색깔을 맥락에 비추어 계산하기 때문에 지각된 색깔도 변하게 된다(그림 5.22에서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원리, 즉 우리는 사물을 독자적으로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맥락 속에서 지각한다는 원리는 예술가, 실내장식가, 그리고 의상 디자이너에게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벽지의 색이나 캔버스에 칠한 물감의 색을 지각하는 것은 단지 물감 자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의 색들에 달려 있는 것이다. 비교가 우리의 지각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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